BASEBALLPARK

며칠전부터 조금씩 쓰던 글인데
한 번 올려봅니다~

쓸데없이 깁니다 ㅋㅋㅋ












위에 좀 이상야릇하게 생긴 물체는
08년 1월 서울시가 동대문운동장 재개발 국제현상설계를 하여
1등으로 당선된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 플라자 안입니다.
자하 하디드는 전세계 0.1% 안에 드는 세계 최고의 건축가 중 한 명입니다.

형태가 일단 "이상야리꾸리"해서
건축물로 보아야 할지 조경물로 보아야 할지 조금 난감하기는 합니다.

아무튼 얼마전에 이와 관련된 기사를 하나 읽고
한 번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키보드를 두들기게 되었습니다.



지난 1월에 서울시는 자하 하디드에게 설계비로 79억원을 책정하엿으나
10월에 설계자 측의 요구로 136억원에 계약했다고 합니다.
원안 대로라면 지하1층, 지상3층의 건물이고 총사업비도 2274억원 정도였으나
설계자가 지하3층, 지상4층으로 설계를 변경함에 따라
설계비도 늘고 총사업비도 3785억원으로 증액되었다고 하네요.
물론 공사기간도 늘어납니다.


사실 처음에는 자하 하디드라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우리나라, 그것도 역사성 있는 동대문에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사실이
정말 고무적이고 기쁘게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한국의 건축가들이 참여하면 더욱 좋겠지만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 중 한명이
동대문이 갖고 있는 장소성과 맥락을 잘 짚어내어
대한민국과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건축물을 보여주리라 기대햇었죠.



하지만 내면을 알고 보니 실망스러운 구석이 한 두 가지가 아니네요.

자하 하디드는 자신이 설계 중인 동대문플라자와 관련해
동대문 현장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외국 디자이너들의 유명세만 믿고
사업을 진행한다고 비판하기도 했죠.








근데 이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서울시가 청계청광장에 세운 그 유명한 '다슬기' 또는 '명박이 똥'이라 불리우는
팝아티스트 클라에스 올덴버그의 35억원짜리 작품이 있습니다.
건축물은 아니지만 건축물에 준하는 도시환경 요소입니다.

실제로는 그의 아내인 코셔 반 브루겐이 디자인한 작품인데
남편인 올덴버그만 한국에 왔을 뿐 정작 진짜 작가인 브루겐은
지병 때문이라는 이유로 인해 한국을 찾지 못한 가운데
35억원짜리 '역작'을 서울시에 남깁니다.

엄청난 논란이 있었죠.
한국에 와보지도 않고 서울에서 큰 상징을 갖고 있는 청계천의
그것도 그 출발점에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지....
사실 예술가의 양심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한국에 와보지도 않고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고
그러한 예술가에게 네임밸류만 보고 수십억원의 예산을 그에게 지급한
서울시는 명품주의에 쩔어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이건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기업인들도 참 많습니다.


전국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는 교보생명 건물은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교보생명의 오너께서 외국에 갔다가
시저 펠리라는 건축가의 작품을 보고 너무 감동한 나머지
한국에다가 그대로 똑같이 지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하죠.

한국이라는 장소성과 각 도시가 갖고 있는 특수성을 무시한
아주 무지하고 천민스러운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외국에서 사온 명품 셔츠를
등치가 큰 사람, 등치가 작은 사람, 피부가 하얀 사람, 피부가 까만 사람, 남자, 여자에게
똑같이 입혀놓은 꼴입니다~

이런 부탁을 받은 건축가는 한국의 문화수준을 얼마나 우습게 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에 조예가 깊으시다는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을 짓기 전에
삼성일가는 세계 최고의 건축가들을 모셔와야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래서 섭외한 것이 렘 쿨하스,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등 입니다.
이들 전세계 톱클래스의 건축가에게 따로따로 설계를 의뢰합니다.
세 건축가는 서로 인접한 세 조각의 대지에 따로 설계하엿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이들 세 건축가의 개성을 살린 리움미술관이라고 하지만
이들 셋의 하모니가 이루어졋다고는 볼 수 없으며
실제로 국내 건축설계사무소인 삼우설계에서
이 세 작품을 상호 연관짓느라 지저분한 뒤치닥거리를 했다는 것이 후문입니다.

루이비통, 샤넬, 구찌 가방 하나씩 가져다 놓고
하모니가 어쩌니, 역시 수입산이 좋다니 하는 것에 불과하죠.







많이들 보신 종로타워입니다.
삼성의 또다른 야심작(?)으로서
세계적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라는 건축가가 기본설계를하고
역시 국내 건축설계사무소에서 뒤치닥거리 한 대표적인 작품이죠.

이 건물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종각이라는 장소성, 과거 화신백화점이 있었다는 역사성을
완전히 무시해버린 로보트 같은 건물이라
개인적으로 혐오하다 못해 속이 울렁거리게 하는 건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명품주의가 나은 또다른 산물이라는 생각입니다.











이상의 사례들을 보면서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건축 명품주의를 심하게 비판하고 싶네요.

명품 가방이나 선글라스, 의류를 좋아하고 소비하는 것은
지극히 그들의 개인적인 취향이니 비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건축물이라는 것은 건축주 개인 혼자 누리는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고
한번 만들고 나면 되돌리기 힘든 비가역성이라는
그 자체의 특성도 존재 하기 때문에
더욱 비판할 여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해외 유명 건축가 데려다가 쓰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별로 신경도 안 쓰면서
자기 밑에 신출내기 부하직원에게 시키는 일에
정부기관과 기업들은 그 건축가 이름만 보고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씩을 갖다 바치는 걸 보니
이거 잘못되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에는 이미 해외 유명건축가들의 작품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집을 보다보면
다른 나라에 그들이 작업한 건축물들은 자주 나오는 반면
그들이 한국에 작업한 건물들은 잘 나오지 않다고 느끼는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만큼 그들은 한국에서 비싼 돈 많이 받아가면서
그들이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을 남기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천민자본주의적인
건축 명품주의가 너무나도 팽배해있기 때문이겠죠.



이상 뻘스럽고 긴 글 마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