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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심 씨리즈에 이은 커브 시리즈입니다. 

8월 말에 씨리즈 (1)을 쓴 적 있어요. 번호는 붙이지 않았습니다만

주저리 주저리 쓴 걸 무시하고 (그 전의 투심관련한 것과 합쳐서) 요약하자면, 

였습니다.

그리고 애리조나와 홈경기하기 전에 경기를 보지는 못하지만, 유의해서 볼 점을 적어뒀었습니다.

요 링크는 그리 많은 글을 적지 않았으니 들어가서 확인해보시는 걸 권하는데요. 

그 중 특이사항은 골드슈미트가 한국에서 천적이었던 타자들에 가까운 타입이다.라는 것과 1회에 과연 자기 스타일을 유지할지 아니면 전력피칭을 할지 관심사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그 홈경기에선 1회에 예전과 같이 무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죠. 전 나름 안심했습니다.

게다가 늘 말하지만, 투수가 갖는 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괜히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고 그러면 부상으로도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 류현진은 강철 어깨를 타고났다기보다는 좋은 밸런스로 던지도록 최선을 다해서 내구성을 유지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무리하면 결국 이상이 생기더군요. 

전에도 김인식이 소속팀 운명을 뒤로하며 wbc 감독을 떠안을 때도 든 생각이었는데요. 

그리고 원정 애리조나 전 무척 기다렸습니다. 마치 예전에 시범경기와 4월 경기 볼 때처럼 설레였어요. 10안타 이상을 내주고 다시 붙는 경기. 그것도 원정. 류현진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너무 기대되더군요.

그런데 1회에 너무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류현진의 홈런 중 최악이었어요. 투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도 볼넷을 줬죠. 그것도 투스트라이크 쓰리볼에서는 땅에다가 93마일 포심을 패대기 쳤습니다. 

그리고는 골드슈미트에게는 초구에 밋밋한 높은 포심(투심으로 기록됨)을 던지다가 홈런을 얻어맞았습니다. 전에 한참 투심같은 공을 던져대며 부진했을 때 무리해서 던지느라 밸런스가 무너지는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어요. 

이렇게 패턴을 바꾸려 한건 결국 언론을 의식해서 그런 겁니다. 매팅리는 오히려 류현진이 초반에 실점했지만 팀이 역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그 기회를 무산시킨 팀 타선을 지적했었어요. 그러나 국내 언론에서 또 다시 나타난 1회 문제점이라며 류현진을 흔들었죠. 

류현진이 지난 애리조나 전에서 10안타를 맞았어도 제구가 동반된 포심/체인지업 조합을 던지기 때문에 장타는 억제했습니다. 류현진의 강점은 종합선물세트라는 것이고 상대 타자가 자기 스윙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번에는 1회에  제구보다는 구위로 눌러서라도 무실점으로 막는 것을 목표로 했고 볼넷으로 주자가 나간 후 또 안타를 맞아서 주자가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무리했습니다. 그것이 최악의 결과로 나타났구요.

경기 보면서 엄청 화가 났었어요. 자기 장점을 죽여버리는 피칭을 했으니까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자기 길을 가는 것이 류현진 아니었던가요? 그런 면에서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빠르게 자기 자리를 잡더군요. 

그리고 이 날의 백미는 역시 커브였습니다. 콜로라도 전 홈경기에서 12삼진을 잡은 이후 커브가 가장 좋았습니다. 그날은 빈 스컬리가 커브를 무지개 커브라느니, 하늘을 수놓는 뷰티라느니 하면서 엄청 칭찬했었죠. 

애리조나 원정 경기에서도 빈 스컬리가 커브를 칭찬하는 모습이 몇번 나왔습니다. 콜로라도 전과 다른 것은 콜로라도 전보다 커브 구위는 약했지만 시즌 초에 비해서 체인지업의 구위나 제구가 많이 올라와있어서 이 두가지 조합이 엄청난 위력을 보였다는 거에요.

일단 커브의 비율이 20%나 될 정도로 높았고, 삼진을 네개 잡았는데 전부 체인지업으로 잡은 삼진이었습니다. 이 중 제가 확인한 것만해도 2개는 커브 이후 체인지업을 통해 잡은 삼진이었어요. 

만약에 이 조합을 앞으로도 잘 사용할 수 있다면 많은 피안타를 내주는 모습이 사라질 겁니다. 마찬가지로 골드슈미트 처럼 참을성이 강한 타자에게도 더 강한 모습을 보이게 될 겁니다.

포심과 체인지업이 약 10마일의 구속차이가 나는데, 슬라이더는 체인지업과 구속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세가지 공만 던져서는 대처하기가 쉽죠. 

류현진을 대처하는 애리조나와 샌프란시스코의 방법은 바깥쪽 공을 노리되 큰 스윙을 하기 보다는 체인지업에 최대한 속지 않도록 공을 오래보고 때리는 것이었죠. 물론 구속이 좋으면 공을 끝까지 볼 여유를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이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고

커브가 들어오게 되면 타이밍을 완전히 흔들어놓을 수 있어요. 그래서 시즌 초부터 커브제구가 안되더라도 그리고 커브실투로 인해서 맞는 안타가 생기더라도 커브를 꾸준히 섞어 줄 것을 주문해왔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커브가 좋았던 때는 체인지업이 잘 안먹히고, 체인지업이 잘 먹히면 커브가 안먹혀서 이게 되질 않았어요. 제가 아는 한은 두개가 전부 어느 정도 이상 잘 된 것이 이번 애리조나 원정경기가 류현진 인생 처음입니다.

이게 앞으로도 유지가 될지 아니면 그냥 그날 우연히 두개가 전부 잘 된 날인지 확인하려면 포스트시즌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무척 고무적입니다. 

1회에 제구가 되지 않을 때는 커브 역시 제구가 되지 않았었어요. 볼넷을 줄 때 2스트라이크 1볼에서 던졌던 확연히 보이는 볼이 된 공이 바로 커브였었거든요. 

하지만 무리해서 1회에 전력투구하지 않더라도 커브를 제대로 던질 수 있다면, 상대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